《어쌔신 크리드 발할라(Assassin’s Creed Valhalla)》는 Ubisoft가 2020년 말 출시한 오픈월드 액션 RPG로, 플레이어를 9세기 말 바이킹 시대의 잉글랜드와 노르웨이로 안내한다. 본작은 전작인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방대한 오픈월드와 RPG 요소를 계승하면서, 바이킹 특유의 거칠고 강인한 전투, 장대한 탐험, 그리고 정교한 역사·신화적 고증을 결합해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침략자’로서의 바이킹이 아닌, 정착민이자 지도자,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주인공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낸 점이 매력이다.
1. 주인공 에이보르와 서사의 중심
플레이어는 ‘에이보르(Eivor)’라는 바이킹 전사를 조종한다. 에이보르는 남성과 여성 버전 중 선택 가능하며, 스토리 내내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이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준다. 게임의 도입부는 눈 덮인 노르웨이에서 시작되며, 부족과 혈맹을 위해 싸우던 에이보르는 점차 영국으로 항해해 정착지를 세우고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여러 앵글로색슨 왕국, 덴마크 출신 바이킹 세력, 켈트 부족, 그리고 신비로운 이시스(Assassin’s Creed 시리즈에서 ‘선행 문명’)와 얽히며 장대한 모험을 펼친다.
2. 세계와 탐험
《발할라》의 세계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노르웨이의 설원과 피오르드, 영국의 초원과 늪지대, 고대 유적이 자리한 산악 지대까지 디테일하게 재현되어 있다. 단순히 크기만 방대한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특유의 건축 양식과 문화, NPC들의 생활 패턴이 살아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탐험 과정에서 숨겨진 보물, 신화적 비밀, 현상금 사냥 대상, 퍼즐 요소인 ‘암살자 전설 장비’ 등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3. 전투와 전리품
바이킹 특유의 거친 전투는 본작의 백미다. 쌍수 무기를 들고 적진에 돌격하거나, 방패와 도끼를 활용해 방어와 공격을 오가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전투 시스템은 전작보다 무겁고 타격감이 강하며, 적의 패턴을 읽고 회피·패링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전투뿐 아니라 약탈(Raid)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을 따라 드래커(바이킹 장선)를 타고 마을이나 수도원을 기습해 자원과 장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정착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런 약탈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전략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어떤 목표를 먼저 공격할지 판단하는 것도 플레이의 일부다.
4. 정착지와 사회적 관계
정착지는 발할라의 핵심 허브이자 플레이어의 집이다. 대장간, 사냥 오두막, 상점, 선술집, 주술사의 집 등 다양한 건물을 지으며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주민과의 관계를 강화한다. 특정 캐릭터와의 퀘스트나 이벤트는 로맨스, 우정, 경쟁 등 다양한 관계 변화를 가져온다. 정착지가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무기, 방어구, 퀘스트가 열리고, 바이킹 클랜의 위상도 높아진다.
5. 신화와 비밀
발할라는 단순한 역사 재현에 그치지 않고, 북유럽 신화의 세계도 깊이 다룬다. 오딘, 토르, 로키 등 주요 신들이 스토리와 연결되며, 에이보르가 ‘오딘의 환영’을 경험하는 장면은 현실과 신화의 경계를 흐린다. 또한, 시리즈 전통인 현대 파트(레이라 하산의 이야기)와 이시스 문명 설정이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해 전체 시리즈 세계관과도 강하게 연결된다.
6. 비주얼과 사운드
Ubisoft의 아트팀은 발할라를 단순히 ‘멋진 그래픽’이 아닌 ‘살아 있는 세계’로 만들었다. 햇빛이 강변의 물결에 반사되는 모습, 설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전투 중 울려 퍼지는 전쟁 북소리와 바이킹의 함성까지, 시각·청각적으로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음악 또한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북유럽풍 선율이 중심을 이루며, 스토리의 감정을 잘 살려준다.
7. 총평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바이킹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다. 방대한 스케일, 깊이 있는 스토리, 자유도 높은 탐험, 전략적 전투, 그리고 정착지 경영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오픈월드 RPG를 즐기는 유저라면 필수로 경험해볼 만하며, 역사와 신화를 넘나드는 서사가 매력적이다.
다만, 콘텐츠의 양이 방대해 느린 전개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 일부 반복적인 퀘스트 구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할라는 시리즈의 진화와 실험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바이킹의 삶과 모험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