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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DOOM, 1993) 리뷰: FPS 장르의 원형과 폭력적 미학

by 혀느님 2025. 7. 31.

1. 개요

『DOOM』은 1993년 id Software에서 개발한 1인칭 슈팅 게임(FPS)으로, 이후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타이틀이다. 존 카맥(John Carmack)과 존 로메로(John Romero)를 중심으로 개발된 이 작품은, 단순한 총격 액션 게임을 넘어 3D 그래픽, 네트워크 멀티플레이, 사용자 커스터마이징(Mod) 등 수많은 게임 디자인 요소에 있어서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다.

MS-DOS 기반으로 출시되었으며, 발매 직후부터 전 세계 PC 유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불과 2년 내 수백만 명의 유저가 다운로드를 통해 플레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게임 그 이상으로, DOOM은 1990년대 중반 게임 문화 전반을 재정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줄거리와 세계관

게임은 지옥과 차원이 연결된 화성의 두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이름 없는 우주 해병(Doomguy)으로, 지옥에서 넘어온 악마들과 무자비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서사는 매우 간결하며, 대부분의 서사 전달은 텍스트가 아닌 환경과 적 디자인, 사운드 등을 통해 암시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줄거리보다 게임플레이에 집중하는 방향성이 뚜렷하며, 이러한 선택은 이후 많은 FPS의 디자인 지침으로 작용하게 된다. "불필요한 내러티브 제거 + 극단적 몰입 유도"는 DOOM의 구조적 특징이다.


3. 게임 플레이

DOOM은 빠른 속도감과 리듬감 있는 전투로 유명하다. 플레이어는 자동 장전이나 조준 보정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만으로 복잡한 맵을 탐색하고, 다양한 종류의 악마들을 처치해야 한다. 권총, 샷건, 로켓런처, 플라즈마건, 궁극 무기인 BFG9000까지 다양한 무기가 존재하며, 각각의 사운드와 타격감은 이후 수많은 게임에 영향을 끼쳤다.

또한, 게임에는 체력과 탄약 회복 아이템, 비밀 통로, 스위치 기반 퍼즐 요소가 숨겨져 있어 반복 플레이에 깊이를 더했다. 스테이지마다 존재하는 ‘시크릿 존’은 탐험 욕구를 자극하며, 단순히 총만 쏘는 게임을 넘어 전략적 판단까지 요구한다.


4. 기술적 혁신

DOOM은 당시 기준에서 획기적인 3D 시점(정확히는 2.5D)을 도입해 몰입감을 극대화하였다. 렌더링 기술을 통해 수직 움직임은 제한되었지만, 사실상 완전한 3D 게임처럼 작동했으며, 이는 PC 그래픽 처리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id Software는 게임을 ‘셰어웨어(shareware)’ 방식으로 배포하여, 첫 번째 에피소드는 무료로 공개하고 이후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수백만 유저가 손쉽게 게임을 접할 수 있었으며, 이는 디지털 배포의 초기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5. 문화적 영향과 비판

DOOM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DOOM 클론'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이후 수많은 FPS 게임들의 원형이 되었다. 『퀘이크(Quake)』, 『헤일로(Halo)』,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등 현대 FPS 대작들 모두 DOOM의 구조적 유산을 계승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폭력성, 피의 묘사, 종교적 상징(지옥, 악마 등)은 출시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는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이후 게임 등급 분류 시스템 도입에 영향을 끼쳤다.


6. 결론

『DOOM』은 단순한 총격 게임이 아니다. 이는 게임 디자인, 그래픽 기술, 유통 구조, 사용자 커스터마이징,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르적 정체성을 확립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93년이라는 기술적 한계 속에서도, DOOM은 ‘몰입’과 ‘속도’라는 핵심 감각을 철저히 설계했으며, 수많은 후속작과 모드를 통해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FPS의 시작점으로서, 혹은 순수한 아케이드적 쾌감의 정수로서 『DOOM』은 지금도 재평가될 가치가 충분한 명작이다.